예술과 일상이 함께 머물다
서귀포 문화빳데리충전소
예술은 보리차와 같다.
있을 땐 소중한 걸 모르지만 없으면 아쉽고 또 그립다.
그래서 예술은 우리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예술가와 지역을, 예술과 우리들을
품고 있는 그곳에서 일상을 충전해본다.
글 조영상 / 사진 김보경
서귀포 문화빳데리충전소는 어떤 공간인가요?
2014년 12월 오픈한 제주 유일의 복합문화예술공간입니다. 정기적인 전시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세미나, 워크숍, 연습실의 기능을 하는 국내외 예술인들의 아트플랫폼입니다. 이중섭 문화거리, 올레시장, 새섬, 새연교 등 서귀포 관광자원과 연계해서 새로운 창작 기반의 문화예술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고, 서귀포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의 역할도 하고 있지요. 또, 지속 가능한 예술인들의 일자리 창출, 지역 문화예술의 확장, 국내외 아티스트 커뮤니티를 위한 국제교류 플랫폼으로서 제주도를 문화예술 섬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름이 특이하네요.
서귀포의 문화예술에 활기찬 동력을 뿜어내는 역할을 하자는 취지로 그렇게 이름 지었습니다.
이곳을 운영하시는 대표님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서귀포 문화빳데리충전소의 대표이며 이 공간을 운영하는 예술단체인 한국실험예술정신(KoPAS)의 리더인 김백기입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15회째 지속해온 국제적인 예술제인 제주국제실험예술제(JIEAF) 예술감독이기도 하지요.
갤러리와 공연장을 함께 운영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미술은 모든 공연예술의 기본 베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의상이나 분장, 조명이나 무대, 악기 등 공연에 필요한 모든 오브제가 미술에 포함되지요. 저도 미술을 전공했고, 행위 예술가로 다년간 활동하면서 미술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함께 미술작품을 감상하면 관객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지요.
운영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문화공간은 수익사업보다는 공공의 성격과 목적이 강해 운영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문화공간들이 후원이나 기부, 협찬을 필요로 하지요. 서귀포 문화빳데리충전소도 CMS(자동이체 정기후원) 회원제를 하고 있는데, CMS 회원이 되면 이곳의 모든 공연과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요. 그런데 여수에 사는 젊은 여자 분이 매달 5만 원씩 후원을 하고 계세요. 여기 자주 오실 수도 없는 분이 말이죠. 그렇게 후원하기가 쉽지 않은데, 1년을 넘게 꾸준히 하는 모습을 보며 이 공간을 더 유익하게 가꿔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후원이나 기부가 정말 중요하겠네요.
우리나라는 특히 기부문화가 외국에 비해 잘 안 갖춰져 있어요. 이런 문화예술공간이 생겨나고, 유지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 사는 분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야 해요. 물론, 예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하고요. 그러려면 예술가들도 자기 창작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살 방법을 궁리해야 해요. 서로 윈윈해야죠.
서귀포 문화빳데리충전소가 어떤 공간으로 인식되길 바라시나요?
문화예술은 전문적인 아티스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우리는 늘 예술의 범주 안에서 살아가고 있죠. 입고 다니는 옷, 신발,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식기, 자동차, 인테리어 등 일상의 대부분이 미술과 관련이 있으며,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행위는 음악이고, 움직이는 모든 것이 춤이에요. 그래서 서귀포 문화빳데리충전소는 예술을 위한 예술공간이 아닌, 그런 일상 속에 늘 존재하는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원해요. 그래서 누구에게나 편한 공간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하는 공간이 되길 원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