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제외한 3명만 출연하면 안 될까?”
5월 3일. 팬들이 다시 한 번 분노하는 일이 방송가에서 터져 나왔다. MBC 새 월화드라마였던 <미스 리플리>의 주요 출연진이 MBC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에 출연키로 되어 있었지만, 갑자기 무산되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스타뉴스>는 이날 오전 복수의 드라마 관계자 말을 인용해 [박유천 MBC ‘놀러와’ 출연불발 “혹시?”]라는 제목을 달아 이 사실을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김승우, 강혜정, 이다해, 박유천 등 <미스 리플리> 주요 출연진은 드라마 첫 방송을 앞두고 앞선 4월 중순부터 <놀러와>의 출연을 타진했지만, 결국 불발됐다는 내용이었다.
<놀러와> 측은 표면적으로 주연배우 중 한 명인 김승우가 경쟁 방송사인 KBS의 <승승장구> MC로 출연하기 때문에 주연배우 4명의 단체 출연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김승우까지 <놀러와>에 출연키로 하고 4명의 출연을 논의하던 중, 제작진으로부터 ‘박유천을 제외한 3명만 출연하면 안 되겠느냐’는 답을 받았고, 결국 출연진 전체가 <놀러와> 출연을 없던 일로 했다.
논란이 커지자 <놀러와> 관계자들은 부랴부랴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리플리> 팀의 출연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좋은 기획이 있어서 불발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 박유천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방송을 기다리고 있는 기존 녹화분량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스케줄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아 <리플리> 팀 녹화를 하지 못한 것”이라며 “<리플리>의 첫 방송이 5월 말인데 그 전까지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방송사 예능국의 분위기가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낌새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박유천, <놀러와> 이전 <승승장구>도 무산됐다
그즈음은 박유천이 KBS2TV <승승장구> 출연을 보이콧 당했다는 제보를 받고 한창 취재 중이던 때였다. 제보의 내용은 박유천이 <승승장구 - 김갑수 편>에 출연하기 위해 녹화 당일 방송국까지 갔지만, 대기실에서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거절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타 프로그램의 방송작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고 귀띔해 주었던 터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한숨부터 내쉬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박유천은 앞서 4월 12일 방영된 <승승장구 - 김갑수 편>에 출연키로 했지만, 녹화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제작진으로부터 출연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일부의 이야기처럼 녹화 당일 대기실까지 갔다 되돌아온 상황은 아니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인연을 쌓은 선배연기자 김갑수의 ‘몰래온 손님’ 게스트로 초청된 박유천은 이를 위해 드라마 <미스 리플리>의 촬영 스케줄까지 조정하면서 방송에 열의를 보였지만, 제작진의 거부로 끝내 출연이 무산되고 말았다.
곧 <승승장구>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 그 이유를 확인했다. KBS홍보실 측은 그 시각 프로그램 녹화 중이어서 책임 있는 관계자와 통화연결이 어렵다고 했다. 홍보실 측에 “만약 KBS 측의 입장표명이 없다면 기사가 지금 상태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후쯤 KBS로부터 짧은 문자메시지가 왔다.
‘김갑수 씨의 중년돌 이미지를 잘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윤두준, 조권을 섭외. 박유천의 경우 분량이 넘쳐날 것으로 예상하여 부득이하게 그렇게 됐음.’
이날 오후, 박유천이 MBC의 <놀러와> 이전 KBS의 <승승장구>마저 출연하지 못한 사실이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자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특히 방송사 예능국이 거대 기획사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JYJ 멤버들을 자체적으로 걸러내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거대 기획사의 외압이 작용하는 것인지 의혹과 추측이 확산되었다.
한편, <승승장구> 윤현준 PD는 이튿날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박유천이 게스트 김갑수의 ‘몰래온 손님’으로 출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원인이 외압설이라니 말도 안 된다.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하고 “외압이 있었다면 애초에 섭외전화 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스트 섭외는 PD의 권한이다. 이를 외압으로 단정 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설명에도 불구하고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의 이해하기 어려운 박유천 ‘외면 현상’은 불과 며칠 후 또다시 반복됐다.
<섹션TV>는 왜 <리플리> 제작발표회에 오지 않았을까?
5월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차한 반얀트리클럽에서는 <미스 리플리>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국내외에서 많은 취재진이 몰렸지만, 유독 MBC <섹션TV연예통신> 취재진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대개 방송사의 연예정보프로그램은 자사 드라마 홍보를 위해 제작발표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관례였다. 실제로 <섹션TV연예통신>은 앞서 방영된 월화특별기획 <짝패>, 주말극 <반짝반짝 빛나는> <내 마음이 들리니>, 수목 미니시리즈 <최고의 사랑> 등의 제작발표회 현장을 취재했다.
아침드라마나 일일연속극의 경우 가끔 생략될 때도 있지만, 미니시리즈 제작발표회에 연예정보프로그램 취재진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MBC 창사 이래 거의 없던 일로 받아들여질 만큼 희귀한 일이었다. 게다가 스타급 배우가 총출동하는 <미스 리플리> 제작발표회에 오지 않았다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더욱이 <섹션TV연예통신>은 4월 말 진행된 <미스 리플리>의 포스터 촬영현장 인터뷰 아이템을 잡아놓았다 갑작스럽게 취소시킨 전력이 있어 의문을 증폭시켰다. 당시 포스터 촬영현장에는 MBC <기분좋은날>의 ‘연예플러스’ 팀만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분좋은날>은 교양프로그램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결국 JYJ를 대하는 예능국과 교양국의 온도차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의혹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섹션TV연예통신>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취재 아이템이 넘쳐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박유천과 SM엔터테인먼트와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한 MBC 예능본부가 눈치를 보는 것 아니겠냐”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당시 한 매체는 이를 두고 “MBC 예능국은 자사 드라마보다 대형기획사 등 외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예능’은 안 되고 ‘교양’과 ‘드라마’는 되는 이유가 뭐냐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결국 <섹션TV연예통신>이 <미스 리플리>를 외면한 일은 MBC 예능국이 자사 드라마를 외면했다는 인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저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지만 자꾸 ‘커트’가 들어오네요. 하지만 크게 의미를 두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미스 리플리> 제작발표회에서 연이은 예능프로 출연 불발에 대해 겸연쩍은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의연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던 유천의 모습이 한동안 눈가에 맴돌았다.